로보틱스 Robotics/스크래핑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10주년... 방사선 앞에선 로봇도 속수무책, 왜?

Arkeiyou 2021. 3. 29. 02:05

방사선 앞에선 로봇도 속수무책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후쿠시마 원전 투입 로봇 또 손상돼

2017.03.03 10:27 이성규 객원기자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때 긴급수리요원으로 자원한 결사대들의 희생정신에 전 세계가 감동했다. 그런데 방사능 피폭을 감수하며 악전고투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견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왜 극한작업로봇을 현장에 투입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극한작업로봇이란 원자로 내부를 비롯해 우주공간, 심해 등의 극한 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해 고도의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당시 일본은 양팔 구조의 원전용 로봇을 비롯해 7가지 원전 사고의 대응작업이 가능한 로봇을 이미 개발한 로봇 선진국이었다.

얼마 후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던 도쿄전력이 로봇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열망과 달리 실제 사고 현장에 투입된 로봇들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미국산 로봇 및 일본산 로봇이 원자로 건물 안에서 통신이 두절된 채 미아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사고 직후의 후쿠시마 원전 모습. 높은 방사선량으로 인해 로봇의 투입마저 여의치 않다. ⓒ www.flickr.com

2015년에는 동일본 대지진 때 최초로 수소폭발을 일으켰던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격납용기 내부에 처음으로 뱀형 로봇이 투입됐다. 녹아내린 핵연료가 어디로 샜는지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로봇도 투입한 지 3시간도 되지 않아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로봇에 대한 대중의 환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가장 여실히 보여줬던 사건인 셈이다. 이 같은 실패는 전 세계 로봇 공학자 모두에게 낭패감을 안겨주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는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새로운 대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 후부터 추진돼 2013년 12월에 출범한 그 대회의 명칭은 ‘재난구조로봇 경진대회(DRC)’다. 미국 국방성 산하기관인 DARPA에서 연구비와 상금을 지원하는 DRC는 로봇이 가상의 원전사고 현장에서 냉각수 밸브를 잠그고 나오는 미션을 수행하는 대회다.

 

2호기에 투입된 청소로봇, 2시간 만에 손상

사고 후 6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원자로 6기 중 1․2․3호기에서는 노심용융 사고, 그리고 1․3․4호기에서는 수소폭발이 발생했다. 1호기의 경우 핵연료가 거의 녹아내려 격납용기 바닥에 넓게 퍼져 있으며, 2호기는 일부 핵연료가 녹기는 했으나 대부분 격납용기 안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원자로 내부의 오염 상태와 녹아내린 핵연료가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도쿄전력이 핵연료 파편의 정확한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여전히 로봇뿐이다.

일본 언론 보도에 의하면 뱀형 로봇이 투입된 바 있는 1호기에는 빙어형 로봇을 다시 투입할 계획이다. 이 로봇은 마치 빙어 낚시를 하듯 카메라와 방사선량 센서를 물이 가득 차 있는 지하로 떨어뜨려 핵연료 파편을 조사하게 된다.

2호기에는 전갈형 로봇이 투입된다. 하지만 그 전에 전갈형 로봇이 들어갈 수 있도록 퇴적물을 치우는 청소로봇을 먼저 투입해야 한다. 고수압 펌프와 카메라를 부착한 이 청소로봇은 두꺼운 흙이나 다른 파편들을 고압수로 제거하여 전갈로봇이 진입하는 길을 여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지난 2월 2호기에 투입된 청소로봇마저 탐사를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은 로봇 회수를 포기하고 원격 조작용 케이블을 절단해버렸다. 청소로봇의 실패로 피해 상황을 조사할 전갈형 로봇은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원전사고 후 최대치 방사선량 검출돼

청소로봇이 손상된 원인은 예상치 못한 고준위 방사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로봇에는 방사선량을 측정할 수 있는 선량계가 달려 있지 않다. 하지만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분석한 결과, 2호기 원자로의 격납용기 내의 방사선량은 530시버트(Sv)에서 최고 650Sv로 추정됐다.

이는 지금까지 후쿠시만 원전의 1․2․3호기에서 관찰된 방사선량 중 최대치다. 한꺼번에 7Sv 정도의 방사선을 전신에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사망한다. 650Sv는 인간이 30초도 채 견디지 못하고 사망할 수 있는 방사선량이다.

그럼 로봇은 왜 방사선에 취약한 것일까. 그것은 방사선이 반도체 장치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까지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자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극한작업로봇은 없다. 따라서 원전 투입 로봇의 작업은 인간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는 수십㎞ 떨어진 거리에서 무선통신에 의해 일일이 원격으로 조종해야 된다.

그런데 고준위 방사선이 무선 센서를 손상시키면 오작동으로 사용이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자로는 무선통신에 장애를 주는 두꺼운 차단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금만 잘못돼도 로봇을 조정할 수 없게 된다.

원전사고 작업용 로봇을 이미 보유하고 있던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즉시 로봇을 투입하지 않은 것도 사실은 원격조종 문제였다. 사고 발생 이튿날 최첨단 로봇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조종 인력의 부족 때문에 오랫동안 대기 상태로 있었던 것이다.

청소로봇의 이번 실패는 전례 없는 수준의 고준위 방사선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려준 사건이다. 더불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작업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 왜 필요한지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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